[개발잡담] 첫 팀 프로젝트를 마치며
드디어 프로젝트를 마쳤다.
언젠가 희미해질 기억이겠지만 언젠가 닳고 닳은 사람이 되어 초심을 떠올려야 할 때
이 순간을 조금 더 많이 기억에 남기고 싶어 글을 작성해두려 한다.
다시 개발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
대학시절 전공과목을 배우면서, 졸업작품을 하면서, 교외활동을 하면서 정말 행복했었고 즐거웠었다.
노트북이 없어 피시방에서 밤샘 과제를 하고 왕복 5시간씩 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니면서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취업 준비 과정에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겼고 다른 직종으로 취직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일단 내가 일하게 된 곳에서 맡은 바를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니 그 곳에서도 차근차근 연봉이 오르고 경력이라는 것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이직 준비를 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그 분야에서 머물게 되었다.
문득문득 그때의 행복했고 열정적이던 내가 떠올랐고 다시 해보고 싶었지만
이미 시간이 흘러 다른곳에서 자리를 잡았으니 돌아가기엔 늦었다고 매번 생각하며 접었었다.
그런데 29살이 되던 해에 문득 ‘30살이 되고 나면 진짜 돌아가기 힘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30년은 더 일해야 할텐데 시간이 지나면 ‘그때 도전할걸’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고나니 나는 아직 어린나이였다.
다니던 회사가 여태까지중에서도 너무 좋은 회사였기에 지금의 직장을 퇴사하는 것이 맞는 결정일까 수없이 고민했고,
쉽지 않을걸 알고있기에 만약 잘되지 않는다면 후회하지 않을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돌아가서 후회하나 머물러서 후회하나 어차피 한가지의 후회를 해야한다면 해보고 후회하자는게 나의 최종 결정이었다.
그렇게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국비 학원을 다니며
학원을 등록하기 전 자바 선수학습을 가장 집중적으로 했고 ,자바의 정석을 한권 사서 계속해서 봤다.
사실 하루 한챕터씩 공부해서 하편까지 모두 마치고 들어가고자 목표를 세웠는데
객체지향 파트 이후부터는 하루에 한챕터를 100% 이해하는 것이 조금 무리였었다.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진도만 맞추려고 넘어가는것 보다는
중요한 부분은 최대한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가는것이 나중을 위해서도 맞다고 판단되어 끊임없어 팠고
상편까지 돌려보고 들어가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그렇게 학원에 들어갔고 초반에는 모두 미리 공부해놓은 부분이기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간략한 당일복습을 마치면 자바의정석 하편을 마저 예습하면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보냈다.
그런데 디자인패턴과 객체지향 심화부분을 들어가니 미리 공부를 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당황스러운 부분이 조금씩 생겼다.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강사님이 빠른속도로 말하는걸 들으니 내가 이해한 부분과 매치시키기가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정말 이 악물고 공부를 했던 것 같다.
오늘 복습을 미루면 내일은 또 산더미같은 진도를 나가기에 오늘 배운건 무조건 오늘 다 이해하고 잠들었고
후반부로 갈수록 새벽 4시 5시에 잠드는 날도 많아졌다.
특히나 모델2방식과 스프링을 배울때는 혼란 그 자체였었다.
수업을 따라가기도 벅차서 처음 일주일은 강사님을 따라 해보면서도 내가 뭘하고있는건지 잘 몰랐던것같다.
그 때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래서 서블릿부터 다시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6시에 수업이 끝나면 저녁만 빠르게 먹고 새벽까지 서블릿부터 차근차근 공부를 했다
밤새도록 공부하기도 했었다. 처음엔 이해가지 않았던 스프링이 서블릿, JSP부터 제대로 개념을 다지고 다시 보니 이제서야 한눈에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공부하면서 제일 짜릿하고 보람찼던 순간이었고, 이래서 기초가 중요하단걸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 뒤로는 수업시간을 의미없이 보내지 않으려면 예습을 미리 해두어야겠다는 가이드라인이 생겼다.
그 전까지는 배운걸 복습했지만, 난이도가 어려워지니 수업때 바로 접한 지식을 한번에 머릿속에 담고 복습을 하는게 너무 벅찼고
대강이라도 미리 알아둬야 수업이 조금 더 머릿속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비 특성상 진도는 워낙 빨랐고 내일 어느정도의 진도가 나갈지 예상할수 없기때문에 무조건 최대한 많이 공부해야했다.
거기다 그날 배운것의 복습까지 하려면 정말 하루가 480시간이어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주말에도 컴퓨터 앞에만 매달려 공부를 해도 쳐내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쉽게 결정한 길이 아니기에
남들보다 늦은만큼 더 제대로 해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고서 개인적으로는 아이템을 결정하고 페이지를 분배받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정말 의외지만 개발 구현하는 과정보다 저때가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내가 이부분을 맡을수있을까? 못하면 다른사람들에게 피해주는거 아닐까? 고민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피할수도 피해서도 안되는 일이고 해야하는 일이라면 해야지 어쩌겠는가.
어차피 다들 비슷한 수준일거고 하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프로젝트 도중 팀원이 하나둘씩 중도포기를 하고 그만둘 때는 정말 많이 힘들었다.
다시 업무를 재분배 해야하는 것도, 그러면서 업무계획을 다시 조율하는것도 예민해졌다.
그런데 한명두명을 넘어 절반가까이 포기자가 생길무렵이 되니 마음의 변화가 생겼다.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빨리 내가 하던거 끝내고 저거 하자’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해탈하게 된것도 같다ㅋㅋㅋ 어차피 해야하는거 해야지 고민해봤자 해결되는건 없으니
그 시간에 빨리 내가 하던거 마치고 저거 쳐내야지 생각했다. 그러니 몸은 힘들어도 오히려 마음은 나아졌다.
기한이 정해져있고 시간은 없으니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웃긴 얘기지만 결국 프로젝트는 2명이서 마쳤다.
기한내에 1차적으로 끝내기는 했지만 목표한 완성도로 제대로 마치기 위해서는 유지보수가 필요했고
남은 둘이서 3주간의 시간을 더 보냈다. 결국 어제 목표했던 퀄리티의 완성을 마쳤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건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힘이 생기는건지, 아니면 그 동안 실력이 많이 늘어난건지
기존 프로젝트 기간동안에도 2인분몫은 했다고 생각했는데 3주 유지보수 하는동안 그보다 배의 배는 더 많은 페이지를 해냈다.
익숙해지니까 속도가 빨라지기도 했지만, 전엔 사전고민을 10시간 했다면 어느순간부턴 일단 생각나는대로 화면을 구현해보고 있는 내가 생겼다.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살아본적이 있을까?
근데 하면 할수록, 여러 이야기를 듣고, 개발자들의 블로그를 볼수록
나는 정말 부족하다는 생각만 끊임없이 들었고 내가 취직을 할수있을까 불안감만 엄습했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공부하고 몰두해서 살아야만 뒷쳐지지않고 따라갈수있겠구나 현실적인 생각도 들었다.
잠도 들지 못하도록 무서웠던 날도 있었다.
근데 이 일이 아니면 이렇게 밤샘공부를 하고 재미를 느낄수있을까? 살면서 이런 재미를 처음 느껴보기에
나의 부족함에 집중해 가라앉느니 부족한걸 인정하고 그만큼 더 열심히 살기로 했다. 여기서 도망치고 싶진 않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