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차가 되고도 벌써 한달이 지났다.

남들의 1년보다 조금 많이 버라이어티하고 긴 1년이었다.
첫달부터 월급이 밀리면서 1년이 가능하긴한건가 싶었는데 1년차가 되던날 ‘와 이게 진짜되네’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정말 안타깝지만 몇달간 잘 나오던 급여가 또 다시 밀렸다.
아래에 쓰겠지만 심지어 이번은 조금 더 큰 이슈가 있었다. 그리고 결국 오늘 퇴사를 했다.
하나도 후련하지 않다. 억울하고 속상하고 막연하고 막막하고 두렵고 무섭다.
당연한 얘기지만 애초에 그만 둘 생각으로 버틴게 아니었다.
대표님은 3월이면 상황이 나아질거다. 5월부터는 진짜 다 해결된다. 7월에 모두 지급해주겠다. 9월에 진짜 결정된다 그렇게 말씀하셨고,
매번 실망하고 좌절하면서 또 다음말을 믿고 기다렸다. 팀장님이 너무 좋고 사람이 좋고 일이 좋아서 믿고 싶었다.
그리고 매번 서버팀만은 일이 쏟아질만큼 바빴기 때문에 야근을하고 철야를 해야했고
퇴근후에는 개인 공부에, 전공 과제들까지 하면서 새벽에 잠들다보면 한두달이 금방 지나있기도 했다.

그런데 몇주전 1년을 기다렸던 사업이 결국 안됐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또 다시 급여가 밀렸다.
그동안은 다음달 다다음달을 보며 희망을 가졌지만 이제는 그런 희망조차 가질수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 더는 남아서 버티는 것이 능사가 아니란걸 알게되었다.
퇴사를 결정하고 나오면서 나에게 남은건 체불임금 천오백만원이 훌쩍 넘는돈
그런데 지금 나는 돈에 대한 억울함보다는, 믿음과 커리어가 너무 억울하다.
돈은 기다리면 어떻게든 해결될거라 믿고있고, 만일 못받더라도 많은걸 배웠다고 치면된다.
근데 그동안 이악물고 버텼던 시간이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는게 너무 속상하고 분하다
나는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동안 눌렀던 마음이 다 무너지는 느낌이다
좋은 개발자가 되고싶었을 뿐인데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렇게 버겁게 하루하루를 보내야하는지 억울하고 분하다
또 다음 시작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지친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하는지 모든게 혼란스럽다.
일단 너무 좌절에 매몰되지 말고 일주일 정도 이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잘 추스려봐야겠다
이 감정이 나에게 독이 되지만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건 1년동안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는것만은 사실이고, 이건 온전히 내 것이기에,
또 학교 전공공부와 학원 교육에서는 절대 알수없었던 부분들을 회사에서 많이 익혔다는것
스터디나 학원에서는 ‘이정도면 나도 잘하는구나’ 생각했던게 회사에서는 많이 다른 시작에서 다시 봐야했던것
좋은 팀장님을 만나 성장할수 있었고 좋은 팀원들과 많은 프로젝트를 바쁘게 했다는건 분명 좋은 영양분이었다는것
그래서 너무 힘들었지만 그 기간을 버틴걸 후회하거나 시간을 돌리고 싶지는 않다.
아마 다시 시간을 돌리더라도 미련하게 이악물고 버텼을것같다.

잠시 스스로를 다듬는 시간을 보내고 다시 재취준에 들어가면,
또 한차례 흔들리는 시기가 오고, 조급해지거나 자존감이 흔들리는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그때 잘 버텨야한다는 걸 나에게 꼭 이야기 해주고싶다.
성급한 마음으로 시간만 쫒으며 아무곳에 들어가지 않고, 좋은 개발자가 되기위한 회사를 잘 선택할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5년뒤 회고를 쓸때쯤엔 이렇게 고생하고 버텨준 내 자신에게 감사인사를 전할수있는 날이 오기를
그리고 더 좋은 미래를 만나기 위해 지금 조금 고생을 하는걸테니 조금만 더 잘 버텨주기를

1년동안 너무 많이 수고했고 잘했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잘될거야. 너무 걱정마. 고생했고 수고했고 네 결정이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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